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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BLUE LIGHT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저억 없다 ~~♬♬♬♬ 맑은 피아노 소리와 어우러진 가수의 목소리가 건물 밖으로 흘러나오더니 뒷덜미를 잡아채듯 추억의 한 자락을 잡아당기며 허공으로 사라졌다. 내 맘은 변함없다 내 마암은 변함없다 ~~♬♬♬♬ 이름 모르는 꽃잎이 흩날렸다. '넌 바람이니 아니면 세월이니.' 꽃잎이 흩날리기에 바람인 줄 알았더니 세월이더라. 그때가 그리운 것인지 아니면 그대가 그리운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추억이란 그런 것이고, 그런 것이 추억이다. 댓글창에 댓글은 안 달고 시를 써버린 나쁜 사람들. 돈돈돈하는 물질의 세상에서 정신이 살아 있는 사람이 아직 많다는 것을 생각하며 마 석호가 바의 문을 열었다. 딸랑딸랑 문에 걸어 둔 작은 풍경 소리가 뾰로롱 달려가 쥔장이 온 것을 안에 알렸다. "어서 .. 더보기
BLUE LIGHT 숲을 삼킬 기세로 쏟아져 내리는 폭우. 쏴아아아아아 폭포수처럼 거친 소리가 점령한 카오야이 숲. 태국 방콕에서 동북 방향으로 200km 정도 떨어져 있는 이 숲은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열대 우림 숲으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곳이다. 오랜 세월 인간의 탐욕에서 빗겨 나 있던 곳인지라 바닥에 쌓인 낙엽층은 발목이 푹푹 빠질 정도로 두꺼웠다. 비를 피할 곳을 찾지 못한 작은 동물이 늦게서야 숨기라도 하는지 두터운 낙엽이 들썩였다. 그러나 살짝 들린 낙엽의 틈 사이로 보이는 안광은 동물의 것이라기에는 섬뜩함이 부족했다. 연중 가장 덥다는 4월, 40도에 육박하는 더위를 보이던 날씨는 갑자기 내린 스콜이 점령한 카오야이 숲. 낙엽층으로 몸을 숨긴 동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구름은 번개를 쏟아내며 더욱.. 더보기
BLUE LIGHT 마당 한편에 잡곡을 뿌려 놓은지 꽤 오래됐다. 혼자 지내는 것이 허전해 심심함을 달래 줄 일을 찾다 어린 시절 참새 잡던 생각이 났다. 잡곡밥을 하기 위해 사다 놓은 쌀 통에서 한 줌 집어 마당에 뿌려뒀다. 기대와 달리 처음 일주일 동안은 한 마리도 오지 않았다. 개체수가 줄어든 것이 이유인지 아니면 날카로운 인간 세상에 대한 조심성이 과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딱히 급하게 처리할 일도 없는 한량 신세에 마냥 기다려 보았다. 일주일이 지나며 한 마리 두 마리 날아들던 새들은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수십 마리가 몰려온다. 행여 까치나 큰 새들이 기웃거리기라도 하면 짹짹거리며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그러면 마 석호는 참새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신호라도 되는 듯 드르륵 끼이익 소리 나게 문을 연다. 그때면 까치와.. 더보기
BLUE LIGHT 모니터에 비친 밀림은 별빛은 물론 세상의 소리마저 삼키려 달려드는 괴물의 아가리처럼 시커먼 어둠을 세상에 토해내고 있었다. 짙은 녹색의 밀림이 어둠을 만나며 더욱 어두웠다. 개미가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확대가 가능한 첩보 위성의 성능이 무색하게 보이는 것이라고는 어둠뿐이라 세코 빈키는 위성의 좌표만 확인한 후 구역을 확장시켜 놓고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어둠을 뚫고 반짝이는 빛이 모니터에 나타난다. 텅텅 터엉 일 년이 넘도록 야간 근무를 하면서 밀림의 동태를 살피던 세코빈키가 일어나는 반동으로 의자가 바닥을 뒹굴었다. "비상. 비사아아앙." '개자식들. 드디어 잡았어.' 출동 대기 중인 특수부대로 연결된 비상통화장치에 고함을 지르는 세코빈키의 손에서는 날카로운 것에 스친 듯 붉은 .. 더보기